(경영) 재무와 전략이 같은 언어로 대화하고 있나요?
재무는 과거를 진단하고, 전략은 미래를 설계합니다.
최근 한 성장 기업과 합류를 논의한 적이 있습니다.
작은 회사임에도 임원 직책이 꽤 많았는데, 다층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하나였습니다. 회사 규모에 비해 권한을 너무 잘게 쪼개 놓았고, 그 권한의 역할마저 타이틀과 어긋나 있었습니다. 연차, 지분, 조직 내 인원 수라는 ‘파워’를 기준으로 조직의 형상과 권한이 배분된 것으로 읽혔습니다.
이는 흔히 만날 수 있는 초기 조직의 모습이기도 해서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내재되어 있는지도 쉽게 예측되었습니다. 채용 사유를 들으면서도 ‘아, 고민되겠네…’ 싶었던 건, 스스로 모순된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 꽤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한 장면입니다.
(A임원) : 저희는 이미 여러 사용자 수치를 데이터화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사업단위별 P/L도 나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계획을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서) : 사업단위의 과거 경험률 데이터가 있다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세선을 그리고 성장의 축을 조정하면 될 것 같은데요. 어떤 부분이 막히는 걸까요? 잘 이해가 어렵습니다.
잠시 뒤, 다른 대화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서) :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는 경쟁사 대비 아직 강하게 형성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마케팅을 통해 수요를 더 키우는 방향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A임원) : 그런데 저희는 양면 시장을 다루고 있어서, 소비자가 급격히 늘면 공급량과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광고를 늘려 매출 성장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서) : 충분히 이해됩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B임원) : 저희는 빠른 상장을 목표로 매출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쪽으로 사업계획을 세워뒀습니다. 기존에 인입된 사용자를 대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방향으로 확장하려고 하는데, 플랫폼 전략을 수행하는 특정 사업부가 그 계획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효율을 높여야 하는데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어, 리더십이나 조직의 전면 재편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서) : 그런데 사용자가 처음 서비스를 이용할 때 기대하는 바와, 회사가 추가로 노출하려는 BM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기존 고객에게 다른 서비스를 얹는다고 해서 곧바로 플랫폼 확장이 되는 것은 아닐 텐데요. 그리고 앞서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늘리기 어려워 무리한 성장은 조심스럽다고 말씀하셨는데, 동시에 폭발적 성장을 전제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계신 점은 서로 충돌해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B임원) : 비용 대비 퍼포먼스 효율이 낮은 것이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CAC가 LTV를 넘어서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 : 사업을 하신 지 꽤 되셨고, 이미 광고에 대한 평균적인 효율값을 알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마켓 점유율을 가진 상태에서 추가 고객 획득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마케팅 효율 저하는 직원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시장 포화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것을 실행 조직의 문제로만 치부하면 해결이 쉽지 않을 텐데요.
짧은 시간 동안 제가 본 것은, 회사의 임원들이 같은 목표를 말하고 있지만 그 목표를 바라보는 전제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어긋남이 사업계획의 문제로 드러났고, 결국 CFO 채용이라는 형태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목표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고정되어 있는 듯 보였고, 전략 조직은 그 목표를 향해 계속 달려나가야 하는 구조처럼 보였습니다. 반면 재무는 현재의 데이터와 과거 경험률, 회사가 가진 현실적 제약 위에서 그 계획이 실제로 작동 가능한지 확인해야 했고, 실행 조직은 제한된 자원 안에서 성과를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략, 재무, 실행은 같은 목표를 말하면서도 전혀 다른 압박 속에 놓이게 됩니다.
- 전략은 허상의 미래를 그리고,
- 재무는 냉혹한 현실의 제약을 말하며,
- 실행 조직은 그 깊은 간극을 온몸으로 감당하다 지쳐갑니다.
문제는 조직의 형태와 권한 배분이 이 차이를 조율하기보다, 오히려 갈등 구조로 고착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정 조직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강해지면 계획의 핵심 가정을 다시 의심하기보다, '사람을 바꾸거나' '실행 효율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간극을 메우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단과 처방이 분리되었을 때 생기는 흔한 문제입니다. 숫자는 있었지만 같은 모델 안에서 해석되지 않았고, 계획은 있었지만 실행 가능한 조건 위에 놓여 있지 않았습니다. 레코드는 첫 생각과의 괴리감을 나타내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경영진의 계획은 여전히 가속을 전제로 하고 있었습니다.
CSO와 CFO는 독립된 직무일까?

저는 CFO와 CSO를 동시에 수행하거나 각각 수행한 경험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두 역할이 나뉘어 있는 경우가 일하기가 훨씬 더 불편했습니다. 둘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의사결정 기능을 쪼개 놓은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대표 한 사람이 수행하던 판단의 기능이 회사의 성장과 함께 전문화되면서 분리된 것이 바로 F(Finance)와 S(Strategy)입니다. 병원에 비유하자면 F는 분석과 진단을, S는 처방과 예측을 담당합니다. 원래 한 의사가 하던 일을 둘로 나눈 셈입니다.
물론 회사가 커지면 역할은 나뉠 수밖에 없습니다. 재무, 전략, 사업, 운영, 마케팅, 데이터 조직이 각자의 전문성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진화입니다. 문제는 역할을 나누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나뉜 역할이 다시 하나의 의사결정 루프(Loop)로 연결되지 않을 때 진짜 문제가 발생합니다.
- F가 숫자만 보겠다며 결산과 보고에만 머무른다면, 조직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 반대로 S가 숫자를 읽지 못한 채 내러티브와 기회만 이야기한다면, 그 전략의 실행 가능성을 검증할 수 없습니다.
전략은 생각을 말하는 기능이 아니라 선택을 만드는 기능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반드시 현실의 숫자 위에 서 있어야 합니다. 숫자의 뒷받침 없는 전략은 그럴듯한 이야기일 뿐이고, 미래를 보지 못하는 재무는 과거의 기록으로만 남습니다.
진단만 있고 처방이 없거나, 처방만 있고 진단이 없는 상태. 둘 다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결정 레이어가 단순한 초기 단계의 회사일수록, 한 사람이 진단과 처방을 함께 보고 대표가 최종 선택을 하는 구조가 오히려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회사가 커져 역할이 나뉘더라도, 중요한 것은 타이틀의 수가 아닙니다. 재무와 전략이 같은 사업계획 안에서 서로를 검증하고 있느냐입니다.
재무와 전략은 다른 시간을 보지만 하나의 선 위에 이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같은 모델 안에 있어야 합니다.
F(Finance)가 주로 다루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기록입니다. 숫자는 이미 지나간 사실들의 흔적입니다. 매출, 비용, 재고, 채권, 현금흐름이 만들어낸 무늬를 따라가다 보면 조직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계획대로라면 돈이 부족한데?”
“이 성장률이라면 운전자본이 맞지 않는데?”
“이 계약 구조라면 회수가 늦어지는데?”
경험이 쌓인 재무 담당자일수록 이런 질문에 민감해집니다. 그리고 이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운영 문제를 넘어 내부통제 이슈, 이해상충, 비정상 거래 같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숫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반면 S(Strategy)는 미래의 계획을 다룹니다. 가능한 대안들을 구조화하고, 각각의 기대수익과 리스크를 비교하며, 가장 균형 잡힌 선택지를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여러 개의 실행 가능한 선택지(Option)를 만들지 못한다면 전략 기능의 존재 이유는 크게 줄어듭니다.
이 두 개의 선은 사실 하나의 시간 축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F로부터 이어진 시간의 흐름을 전달받은 S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진 흐름 위에서 가장 최적화된 선택권을 확보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래서 F와 S는 서로 다른 시간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은 모델 안에서 하나의 축으로 이어져 있어야 합니다.
- [재무의 현재 숫자 진단] → [전략의 미래 선택지 설계] → [대표의 최종 의사결정] → [실행 및 숫자의 피드백]
재무가 현재의 숫자로 진단하고, 전략이 미래의 선택지를 만들며, 대표가 그 선택지 중 하나를 결정하고, 다시 실행 결과가 숫자로 돌아오는 구조. 이 루프가 돌아가야 사업계획은 비로소 의사결정 도구가 되며, 일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이유 입니다.
조직의 규모와 업무량에 따라 두 역할을 나누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어떤 구조를 택하든, F와 S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루프의 중심에는 대표(CEO)가 보여야 합니다.
대표가 숫자를 직접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가정(Assumption) 위에서 이 계획이 세워졌고, 어떤 대안이 가능하며,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Trade-off)'는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그 판단 없이 조직별로 탑다운 목표만 던져지면, 사업계획은 실행 조직을 합법적으로 압박하는 고문서가 될 뿐입니다.
F와 S가 반드시 한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최소한 하나의 루프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회사는 비로소 사업계획을 신뢰할 수 있는 숫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왜 이 목표가 나왔는지, 어떤 가정이 들어갔는지, 결과가 달라졌다면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의 마지막 무렵 다시 B임원이 내게 물었습니다.
(B임원): 계획 대비 결과가 나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 : 실행을 탓하기 전에, 먼저 계획의 가정이 틀렸을 가능성부터 봐야 합니다. 실행의 문제에서만 답을 찾으려 하면 손실이 커질 수 있습니다. 계획을 먼저 현실에 맞게 보완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 싶으면 빠르게 정리하는 게 낫습니다. 조직을 한계상황으로 몰아붙이는 건 반드시 피드백이 옵니다.
이 질문을 들으며, 이 회사는 목표에 맞춰 정밀한 계획을 짜줄 사람을 바라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현실에 맞게 목표와 계획을 조정하기보다, 정해진 계획에 조직을 맞추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틀린 계획의 가정이 참이 되지는 않습니다. 성장은 필요하지만, 조직이 감당할 수 없는 성장 계획은 결국 사람과 시스템을 소모시킵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따라갈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 결과와의 차이를 통해 다시 진단하며, 그 진단으로 다음 선택을 설계하는 루프입니다.
이 회사의 문제는 CFO가 없어서도, CSO가 부족해서도 아니었습니다. 재무와 전략이 같은 사업계획 안에서 연결되어 있지 않았고, 그것을 조율해야 할 대표가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회사에서, 재무와 전략은 같은 언어로 대화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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